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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이화여대에서 취업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PEER 모임이 있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구석구석 이화인이 없는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조직에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문들 때문에 이대출신은 결속력이 적은 것으로 비치게 되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이화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이화인은 잘해도, 못해도 ‘이대출신이니까’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한편에서는 이것을 집단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폄하하는 무리도 있지만 이화의 독특한 환경을 거친 이화인의 특성이니 크게 걱정할 바가 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독특함이 이화인을 사회에서 견디게 한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마을에서는 정상인이 이상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반대의 성.. 더보기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곧 나에 대한 배려 놀이공원에 갔다.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 음료수가 놓여 있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가 옷을 걸쳐 입으면서 우리 테이블에 있는 음료수를 쏟았다. 그 아이는 쏟아지는 음료수와 내 눈을 번갈아 응시하면서도 옷을 천천히 입고는 그냥 제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미안하다는 말이나 떨어진 음료수 잔을 주워주지 않았다. 결국은 그 아이에게 네가 떨어뜨린 음료수 잔을 주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대신 나서서 음료수를 주워주며 별일 다 보겠다는 투로 언짢아한다. 끝내 아이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그 아이 부모가 따로 아이에게 당부하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즐거운 공간에서 오랜만에 가지는 가족과의 시간. 아이들의 즐거움에 부모들은 기꺼이 그들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더보기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복지국가 국가는 기업이 아니라서 더디더라도 주권을 갖는 모든 국민이 함께 미래로 가야만 한다. 낙오된 국민도 다독이며 모두가 함께 갈 수 있음을 믿어야만 한다. 덜 소중한 국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를 바탕으로 희망을 손에 움켜쥐고 쉽게 지치지 말아야 하며 가야 할 방향을 잃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사회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너무 길어져 방향을 잃지 않도록! 국가의 지도자는 어려운 자리다. 단기간 머물면서 여러 가지 사건을 살펴야 하는 자리라서 효율성을 따지다가 헌법에 명시된 기본원리를 잊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지도자의 철학이 무엇인가를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이고, 국민은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만.. 더보기
한국의 직장인은 전업주부가 필요해 복지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고. 그런데 궁금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복지는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복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물며 한 국가의 지도자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가야 할 방향에 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지향점은 우왕좌왕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관되지 않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다가 세금만 허공에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국가는 한 정권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 실정에는 요원해 보일지라도 차근차근히 과거에 이어 벽돌 하나 더 놓으며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끈기와 지속성, 그리고 일관된 철학이 공유되어야 한다.당장 육아정.. 더보기
우리가 만날 미래는 오늘 우리가 만든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어떤 세상과 맞닿게 될지 끔찍해하면서도 내 주머니 속 100원이 더 커 보이고 특정 정치인 때문이라고 나 자신에게 겨누어야 할 화살시위의 방향을 그들에게 돌리고 있다.가끔 아빠 혹은 엄마라고 불리는 자들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제라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아이들에게 최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일상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라고 불리는 많은 수의 성인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화학적 가미 없이 환경호르몬이나 유전자변형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굶주리는 사람 없이 배를 채우고, 환경오염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내달리고, 때.. 더보기
덕(德)을 기린 것일까? - 비석거리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육지와 떨어져 있어 독특한 섬 문화를 갖고 있는 제주는 언어마저 방언의 수준을 벗어나 통역 없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땅이름도 마찬가지라 ‘오름(산)’, ‘바릇(바다)’ 등의 말을 듣고 쉽게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거리 이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도로를 달리다 보니 ‘비석거리’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 곳에도 비석거리가 있나 보다.어디를 가든 ‘비석거리’ 혹은 ‘비선 거리’, ‘비성 거리’라는 지명을 그리 어렵지 않게 봤던 것을 기억한다. 포천, 남양주, 서울 송파구, 수원, 김포 등 도로를 달리다 보면 쉽게 만났던 것 같다. 가까이 경기도 양주에도 ‘비석거리’가 있다. 비석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땅이름이 그리 지어진 이.. 더보기
카카오톡 사찰, 나는 아니어서 괜찮은가? 사이버 보안에 관해서 해마다 신간 작업을 해왔다. 작업하는 팀원들도 생경하여 지난한 시행착오 속에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모았다. 이 분야에 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닥칠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명하게 감도 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심각한 문제일 것 같기는 하나 떠올리는 생각들은 고작 방화벽설치와 비밀번호 관리 등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전문 기술분야로 자꾸만 밀쳐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존재하는 그 어떤 공학적인 기술도 인간이 전제되므로 인문의 영역에 포함되는데도 말이다.굳이 다차원적인 안보의 개념으로서 사이버 보안을 말하지 않아도 사이버 공간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중요한 영역임은 부인할 수 없..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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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 구조설계: 문화와 정치, 콘텐츠 그리고 전략기획 “문화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나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당시 도지사였던 한 정치인과 나눈 짧은 대화 속 이 말은 나를 깊은 침묵에 빠지게 했다. 이 말은 단순하게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표현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 사회의 집단적 인식이 얼마나 정치적 상상력에 무감각하고,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실용성’과 ‘당장의 성과’에만 몰두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알고 있다. 이 말은 나의 존재 이유 — 전략기획자로서의 정체성과 역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화와 정치, 공동체의 구조를 설계하고자 했던 나의 모든 철학과 실천을, 철저히 배부른 자의 취미생활이나 사치로 .. 더보기
용산을 생각하다: 기운의 자리, 권력의 자격 재테크에 관한 책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한동안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이 대거 출간되면서, 입지 선정 과정에서 풍수 개념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모든 땅에도 생명이 있어 흥(興)하고 쇠(衰)하는 순환이 있기 마련이며, 그 주기를 잘 읽고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옛 지명을 참고해 파악하다 보면 지리적 특징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경학에도 눈을 뜨게 된다. 여기까지는 굳이 풍수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학문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식이다. 풍수학적으로 ‘부자가 나는 지형’의 조건을 살펴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전면이 탁 트이고 안정된 터, 좌청룡·우백호, 명당수(明堂水)와 안락수(安樂水)의 조화, 곡(谷)이 있어 기운이 잘 머무는 곳, 바람이 세지 않고 막아주는 지형, 물.. 더보기
칼럼 한국과 미국은 FTA체결국인데 왜 관세를 부과한다는 말을 하는지, 이것이 합당한 주장인지 질문한다. 당연한 질문이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니까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기는 하다. “미국이 잃은 무역수지의 공정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트럼프라는 정치적 캐릭터가 국가간 합리성과 외교적 일관성을 전제하지 않고 ‘비논리를 현실로 만드는 정치’를 관철시킬 수 있음을 이미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가 목적이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든, 그 목적이 무엇이든 트럼프에게 관세부과라는 도구는, 협상의 레버리지임은 분명하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고, 나머지 몇몇 민감 품목.. 더보기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의를 표한다: 김용복 총장님을 회고하며 김용복 총장님이 계셨다. 생전에 나는 그분과 여러 차례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분의 말씀 하나하나에 늘 반론을 제기하곤 했다.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신기하게도 그분이 남긴 말들이 내 안에 남아 학문적 고민의 밑거름이 되어 있음을 자주 깨닫는다. 나는 개신교 신자가 아니다. 그분의 모든 활동에서 동원되는 종교의 사회적 참여와 평화에 대한 접근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평화통일을 말씀하시면 나는 통일이 아니라 평화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매번 딴지를 거는 사람이었다. 몇 다리를 건너면 알만한 얄팍한 인연일 수 있었지만, 부모님 대학 선배와 후배의 자녀라는 관계로 퉁 쳐져 격의 없이 관계가 이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버릇없이 굴었던 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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