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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다/출간된 글

언택트 시대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출판을 한다는 사람이 콘텐츠 기획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기술에 관해 말하니 의아한가 보다교육예술문화를 말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연관성을 찾아 이해하겠는데 그 이상은 신기한 듯하다반대로 소위 IT 기술자들의 시선에서도 생경하기 그지없나 보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런 모습은 90년대 후반부터 확장된 안보 영역을 논의하며 국내외 전방위적 분야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을 살피는 국제정치학자들에겐 무척 익숙한 것인데 말이다물론 해당 전문가들처럼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지만각 분야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이 이 사회의 역학구도를 어떻게 변화하게 할 것인지또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늘 고민하는 이들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최근 비즈니스 영역으로 들어와 각 영역의 접점을 찾아 나가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상호 이해가 부족하니 결과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교양과 상상력 부재로 진단되는 동상이몽. 맥락을 이해해 연관성을 찾고, 사고를 확장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며,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발견한다융복합을 강조해도 그것의 함의를 이해하지 못한다파편적으로 교육시장의 대상으로 강조될 뿐호기심 갖는 것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탐구를 제한하고 상상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우리는 미래의 교육과 내일을 말한다.

미래직업을 체험하는 테마파크를 준비하며 관련된 연구를 거듭할수록 나는 점점 더 인간에게 초점 맞춰진다결국 ‘인간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대해 우리 각자는 얼마큼의 이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나아가 우리는 점점 더 우리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림에 미숙해진다는 것을 발견한다감정이란 보통 선험적이고도 본능적인 느낌이나 기분으로 알고 있음에도 이 역시 사회화 과정에서 표현방식이 선택되어 강화된다빅데이터가 누적될수록 AI는 인간보다 인간의 감정을 더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향후 우리 아이들은 어쩌면 AI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는 미래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택트 경제와 함께 학교도 언택트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우리는 조금 앞당겨진 미래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현재 언택트 학습의 발전된 형태로 공간적 개념의 학교도 사라질지도 모르는 등의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한다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이 학습을 위한 것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유치원학교를 통해 규칙적으로 또래 아이들을 처음 만난다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끼며 교류하고 공감하고 함께 하기 위한 규칙을 익히고 유대감과 소속감을 갖는다공동체 안에서 인간으로서 외롭지 않게 감정을 나누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학교란 평생 더불어 함께 살아가게 될 나의 친구이자 이웃들의 모둠으로 만나게 되는 자리이자 사회화 공간이다사람은 아날로그적 존재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생명을 위한 것이여야 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됨을 우리는 간혹 잊는 듯하다. 사람이 빙긋이 미소 짓게 하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기술의 발전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에게 시험적용해보는 것이 아니다. 인문은 삶의 주체로서 인간이생명이 항상 그 삶의 중심에 있음을 일깨운다포괄적 의미에서 인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인간 개개인이 각자 본연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익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