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미 정치하고 있다
신뢰자본으로 만드는 기회의 사회
우리는 종종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감수해야 할 불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화살은 언제나 정치인과 제도에만 향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나 스스로를 겨눈 적은 있는가?”
신희주의 신간 『일상의 정치에서 사회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법』은 민주주의를 제도나 선거에 한정하지 않는다. 정치심리학과 국제정치경제,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토대로, 일상에서 드러나는 언어와 관계, 문화의 층위 속에서 민주주의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정치는 단순히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광장의 구호가 아니라,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와 직장에서 쓰는 말투, 지역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 속에서 구현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정치에서 사회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법』은 정치와 민주주의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저자는 정치를 제도나 선거와 같은 공식적 절차에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언어, 관계, 문화 속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현되거나 무너지는지를 추적한다. 나이와 직급이 위계를 만들고, ‘공공’이라는 이름이 착취의 언어로 변하며, 다름을 지워버리는 편가르기가 일상이 되는 장면들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것이 추상적인 정치학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겹쳐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특히 저자는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매일 조금씩 투자해야 하는 자본”이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나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응징과 포용, 반성과 화해가 함께 작동해야만 고신뢰 사회가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 한국 사회의 위기와 불안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지역 정치 현장에서의 갈등, 교육 현장에서의 고민, 일상의 모순과 자기 성찰이 구체적 사례로 제시되면서, 독자는 정치철학적 논의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저자가 보여주는 ‘율도국’의 상상적 서사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지역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정치적 상상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과 권위가 만들어내는 상징 폭력의 구조를 해부하는 한편, 다음 세대가 다시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돌봄의 의미를 짚는다. 이는 저자가 단순히 지식인으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활동가·부모로서 삶의 여러 층위에서 고민을 이어 왔음을 보여준다. 독자는 책 곳곳에서 “정치는 곧 삶이며, 삶은 곧 정치”라는 저자의 신념을 확인하게 된다.
『일상의 정치에서 사회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법』은 정치철학서이자 생활 인문학서, 나아가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안내서다. 독자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 나는 일상에서 민주적인가?
― 나는 다름을 존중하며 신뢰를 쌓고 있는가?
― 내 언어와 관계는 미래 세대의 민주주의를 키우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성찰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경계를 넘어서는 법’은 거창한 방법론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조금씩 감수해야 하는 불편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보장하는 삶의 태도다. 이 책은 바로 그 태도를 일상으로 가져올 용기를 독자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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