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s Insights

정청래 대표 당선과 '강성 개혁' 정서의 정치적 구조화

<辛禧宙> 2025. 8. 8. 17:55

2025 8 2,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의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권리당원, 국민 여론조사, 대의원 투표를 모두 합산한 결과 그는 총 61.74%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박찬대 의원을 압도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선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 축적되어온 특정한 감정의 집단적 구조화가 하나의 정치적 정당성으로 전환된 정치심리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정청래, 추미애, 이재명이 세 인물은 한국 민주주의의 한 축에서 '개혁'을 외쳐온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단순히 개혁 지향성이 아니다. 이들은 아웃사이더이자 모난 돌로서, 민중 감정을 대변하며 그 감정을 정치 언어로 번역해낸 인물들이다. 이들이 발언할 때 대중은 그것을 단순한 정치적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언어 속에서 자신의 감정, 억울함, 분노, 정의감을 확인하고 재구성하며, 마침내 그 언어가 자신을 대변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수긍한다. 정치는 권력 분배의 문제이기에 앞서, 누구의 말에 권위가 부여되는가의 문제다. 정청래의 당선은 이러한 언어가 현재 대중 감정과 얼마나 깊이 공명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1. '강성 개혁' 정서의 본질: 감정의 정치적 구조화

정청래 대표의 당선은 단순한 계파 승리나 전략적 결과가 아니다. 사회적 감정의 정치적 정당화 과정이다. 오늘날 민주당 지지층은 자신들의 감정이 의미를 갖는 언어와 연결되고, 이를 정치적으로 구조화한 정치인을 대리자이자 대표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 언어는 그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고 유리되지 않았기에, 그 인물이 정치적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정청래의 언어는 단호하고 직설적이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내란세력 척결' 등을 선언하며, 이 개혁을 "추석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단언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일정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감정적 명분이다. 그의 발언에는 '억울함응징정의 실현'이라는 감정 회로가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은 집단적으로 형성되었고, 이제 정치적 구조로 조직화되었다.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정치는 이성의 경쟁이 아니라, 은유를 통해 감정을 구조화하는 경쟁이다"라고 지적한다. 정청래의 언어는 바로 이 은유 구조를 통해 대중 감정을 정확히 포착했고, 그것을 정치적 명령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 추미애*이재명과의 정서적 계보: 억울함의 서사와 도덕적 상징성

정청래의 정치적 정당성은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그는 이미 형성된 감정 정당성의 계보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이 추미애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전방위적인 정치적 공격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녀는 침묵했고, 버텼으며,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당원들은 그 침묵과 고통 속에서 억울함의 서사, 윤리적 대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도덕적 감정 코드를 읽어냈다. 이로 인해 2024년 국회의장 경선에서 압도적 당원 지지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그녀에 대한 정서적 분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단순한 행정 경험이나 유능함으로 지지받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억울한 지도자, 탄압받는 대중의 대리인, 불공정한 권력 구조의 희생자라는 정서적 기호로 소비되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동정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자신들 감정의 정치적 정당화를 경험하고 있다.

3. 언어의 권위와 상징자본: 왜 그들의 말만이 통용되는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상징자본은 그것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존재할 때에만,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권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정청래, 추미애, 이재명의 공통점은 바로 이 상징자본의 축적에 있다. 이들은 제도적 권력에 선행하여, 감정을 언어화하고 그것을 반복 가능한 서사로 조직하며, 스스로를 하나의 상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권위를 구축해왔다. 정청래의 "싸움은 내가 한다"는 언명은 정치적 선언이자 정서적 대리화다. 그 말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줄, 우리를 위해 싸워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권위로 전화된다. 상징자본은 수치로 계량되지 않지만, 정치적 충성도와 복종을 이끌어낸다. 강력한 상징자본은 실제 권력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창출하며, 조직과 제도를 우회하거나 압도할 수 있다. 민주당의 '강성 개혁' 흐름은 바로 이 상징자본을 동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4. 온건파 언어의 한계: 왜 통용되지 않는가

정반대편에 선 정치인들의 언어는 이러한 감정 구조를 담아내지 못한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통합, 협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제도를 논할 뿐, 감정을 언어화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정치 언어는 지지층의 감정적 투사나 정당성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 오히려 '협치'라는 용어는 강력한 정서 회로 안에서 '회피', '타협', '무기력'으로 치환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언어는 대중의 지지를 생산하지 못한다.

5. 감정언어정당성복종: 정치적 권위 생산의 메커니즘

현재 민주당에서 전개되는 현상은 다음의 정치심리적 구조를 보여준다: 감정이 언어로 구조화되고 그 언어가 권위를 형성하며 권위가 정당성을 창출하고 정당성이 자발적 복종을 유도한다. 이 구조는 이재명 대표의 "내가 싸운다", 추미애 전 장관의 "검찰개혁은 멈출 수 없다", 정청래 대표의 "검찰·언론 개혁은 추석 전에 완료한다"라는 언어 속에 압축되어 있다. 이들의 발언이 단순히 강경하다는 이유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 언어가 지지층의 감정을 정확히 재현해 주기 때문이며, 그 재현 자체가 곧 정치적 권위인 것이다.

6. 정청래 시대, 정치 언어의 진화와 과제

정청래의 당선은 하나의 시작이다. 강성 개혁 정서의 정당화는 이미 완료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언어적 정당성이 실질적 제도 개혁과 정책 성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감정 정당성의 제도화다. 억울함과 분노를 구체적인 입법으로 연결해야 하며, 감정의 응축이 공정한 정책 결과로 귀결되어야 한다. 감정이 정치적으로 정당화되었다면, 이제 그 정당성을 제도적 변화로 입증해야 한다. 둘째, 이중 소통 구조의 확립이다. 핵심 지지층에게는 감정 구조화 언어를, 중도층과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안정적 신뢰 언어를 병행해야 한다. 정치적 권위는 확장 가능해야 지속 가능하다. 셋째, 상징자본의 관리와 재분배다. 감정, 언어, 서사의 독점은 새로운 내부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정치적 권위는 공유될 때 지속 가능하며, 독점될 때 취약해진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누가 우리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 대변이 정당성을 획득하고, 복종을 유도하며, 마침내 정치적 질서를 재편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쟁은 언어를 둘러싼 권위의 재편이며, 그 경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청래 대표의 당선은 이 경쟁에서 '강성 개혁' 정서가 거둔 일차적 승리이지만,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