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仁 2025. 7. 13. 17:02

한국과 미국은 FTA체결국인데 왜 관세를 부과한다는 말을 하는지, 이것이 합당한 주장인지 질문한다. 당연한 질문이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는트럼프니까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기는 하다. “미국이 잃은 무역수지의 공정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트럼프라는 정치적 캐릭터가 국가간 합리성과 외교적 일관성을 전제하지 않고비논리를 현실로 만드는 정치를 관철시킬 수 있음을 이미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가 목적이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든, 그 목적이 무엇이든 트럼프에게 관세부과라는 도구는, 협상의 레버리지임은 분명하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고, 나머지 몇몇 민감 품목도 협상된 일정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미FTA 자체를 무시한 것이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구축해온 국제레짐, 국가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상, 원칙의 약속이 무력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 아래 대한민국 대기업은 이후 행보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이들에 가려,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공급망 말단의 수출기반 중소기업의 붕괴우려가 우리의 눈에는 쉬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지방의 산업기반을 흔들고, 도시 간 격차를 확대하고, 국가 내부의 지역 불균형 심화를 가속한다. 특히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에 비해 산업구조가 약하고 국가 R&D, 수출 인센티브, 규제자유특구 등의 정책 수혜가 적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 리스크가 발생하면 정책적 완충장치 없이 그대로 타격을 받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 안보의 최전선이자 산업 취약지대인경기북부지역과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 선언. 미군기지가 오랜 세월 주둔했고, 대한민국 안보의 현실을 지금까지 감내해온 경기북부지역에 안보위협이라는 명분을 씌워 이 지역 산업에 관세를 부과한다 한다. 공급망 기반으로 움직이는 한국산업에서 경기북부지역은 더욱 취약한 말단 고리다.

 

게다가 이 지역엔 또 다른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주한미군 평택 이전 이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반환한 부지들 - 캠프 에세이욘,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등은 대부분 지하 유류 저장소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다. 그러나 미군은 SOFA협정을 이유로, 정화책임을 한국측에 떠넘긴 채 떠났다. 그 결과, 반환 부지 개발은 수년째 지연되거나, 정화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입으로는 동맹을 말하지만, 책임지지 않는 비대칭 구조가 한미동맹의 이중성으로 경기북부 공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경기북부의 한쪽에선 경제적 압박(관세), 다른 쪽에선 환경적 방기(오염)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미국이 실은, 한반도의 평택기지 역시 동북아*인도태평양의 다목적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일환임을 환기하는 자가 없음이 의아하다. 평택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전역을 관할하는 전진기지로서 허브기능을 수행함을 물어, 주둔비용을 청구하는 협상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본다.